암묵지를 데이터로 — 피지컬AI가 바꾸는 제조 현장
조선소 숙련공의 손끝을
데이터로 남기다
피지컬 AI의 진짜 경쟁력은 로봇 하드웨어가 아니다. 수십 년간 현장에 쌓인 암묵지(暗默知)를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파이프라인이 AI 시대 제조업의 진짜 해자가 된다.
왜 피지컬AI 데이터는 다른가
LLM이나 비전 AI에는 출발점이 있었다. 텍스트, 이미지 — 이미 인터넷에 수십억 건이 존재했다. 라벨링과 정제만 잘하면 됐다. 그런데 피지컬 AI는 그 원천 데이터 자체가 없다.
로봇이 물리 환경에서 어떻게 보고, 움직이고, 판단하는지를 담은 행동(Behavioral) 데이터는 누군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크라우드웍스 이준호 COO는 이를 "무에서 유를 만드는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기존 데이터 구축 방식과는 기술적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LLM이나 비전 AI에는 원천 데이터가 있었지만, 피지컬 AI는 행동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성격이 강해 기존 데이터 구축 방식과는 기술적 차이가 큽니다.
— 이준호, 크라우드웍스 COO가공(Curation) 중심
인터넷에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이미지를 수집 → 라벨링 → 정제하는 구조. 원천 데이터는 이미 풍부하게 존재함.
생성(Generation) 중심
로봇의 시점·센서·행동을 담은 데이터를 처음부터 수집해야 함. 원천 데이터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Physical AI Data Pipeline
두 시점을 합쳐야 완성된다
초기 피지컬 AI 데이터 수집 방식으로 주목받은 것은 텔레오퍼레이션이었다.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작하면서 센서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작자 피로도가 높고, 기술 변수와 검수 난도가 만만치 않아 대규모 데이터 확보에는 한계가 드러났다.
크라우드웍스가 집중하는 방향은 에고센트릭(Egocentric)과 엑소센트릭(Exocentric) 데이터의 조합이다.
| 데이터 유형 | 수집 방식 | 강점 | 한계 | 역할 |
|---|---|---|---|---|
| Egocentric 에고센트릭 |
작업자 머리·몸에 카메라 부착 | 로봇 시야와 유사한 1인칭 관점 | 팔꿈치 각도, 전신 자세 파악 불가 | 주 데이터 |
| Exocentric 엑소센트릭 |
외부 3인칭 카메라 동시 촬영 | 관절 각도, 전신 움직임 확보 | 로봇 시야와 직접 대응 어려움 | 보완 데이터 |
사람들이 아무 영상이나 주면 로봇이 학습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로봇이 보는 시점의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에고 데이터만으로 부족한 관절 각도나 자세 정보는 엑소 데이터를 함께 맞춰 수집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 이준호, 크라우드웍스 COO조선소: 가장 어려운 현장, 가장 큰 기회
크라우드웍스는 이 기술을 조선소로 확장하고 있다. 조선 AI 과제에서는 도면·문서 디지털화를 넘어 크레인 조작, 용접 작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용접 숙련공 문제다. 국내 조선소에서는 숙련공의 은퇴가 이어지는 반면 젊은 인력 유입은 제한적이다. 외국인 인력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암묵지(暗默知)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센서 데이터 자동 수집
용접 작업 중 발생하는 전류·온도·속도 센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환경 구축이 선행 조건.
판단 맥락 디지털화
센서 데이터만으로는 '왜 그 방식으로 했는가'를 알 수 없다. 작업 맥락과 판단 이유를 함께 수집해야 한다.
크레인 복합 데이터
조작 신호 + 주변 안전 상황 + 센서가 맞물리는 대형 크레인은 피지컬 AI의 대표적 적용 영역이다.
'로봇랩'이 아닌 '데이터랩'을 만든 이유
크라우드웍스는 피지컬 AI 조직을 '데이터랩'으로 명명했다. 로봇 자체를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 로봇과 AI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지 연구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IITP가 주관하는 '피지컬AI 선도기술개발' 사업에서 피지컬 AI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을 위한 멀티모달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 경쟁
더 정밀한 액추에이터, 더 빠른 서보 모터. 로봇 자체의 물리 성능을 높이는 방향. 진입 장벽이 높고 범용화 속도가 빠르다.
학습 데이터 경쟁
어떤 로봇도 학습하지 못한 암묵지를 데이터화. 현장 접근성과 파이프라인 노하우가 진입 장벽. 한 번 구축되면 강력한 해자(垓字)가 된다.
편집자 시각 — 농기계 산업에 주는 시사점
크라우드웍스의 방향성은 농기계·농업 AI에 직접 적용된다. 숙련 트랙터 기사가 경사지에서 내리는 순간적 판단, 이앙기 조작 시 손목 각도 — 이것이 다음 세대 자율농기계의 기반 데이터가 된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데이터 파이프라인 역량까지 확보할 때 비로소 플랫폼이 완성된다.
"사람을 로봇으로 그대로 대체하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다. 로봇으로 효율적인 체계와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봐야 한다"는 이 COO의 발언은 제조 피지컬 AI의 현실적 로드맵을 압축하고 있다.